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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언니 ⑤ '부여여성농민회'
2019.12.27 11:10 언니네텃밭 109



이달의 언니 ⑤ '부여여성농민회'


언니네텃밭 여성농민 생산자 협동조합이 한 달에 한 번, ‘이달의 언니’를 소개합니다. 토종씨앗을 잇는 활동으로 씨앗의 권리를 찾고, 농생태학을 배우고 실천하며 자신과 주변 생태계를 돌보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 언니네텃밭 여성농민들. 느리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자신과 주변을 살리는 언니들의 농사 이야기를 나눕니다. 다섯번째 생산자는 부여여성농민회입니다.


투쟁하는 언니들의 매운맛 김치


어느 지역이든 흥부자인 여성농민이 많지만, 부여여농 언니들은 장난끼까지 많아서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가려도 웃음을 유발하는 재주가 있답니다.


본디 노동은 함께해야 제 맛이라언니네텃밭에서 공동 농사를 짓고함께 가공하는 언니들의 현장을 지켜보면 노동이 이렇게 유쾌할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자신의 취향부터 가족이웃의 이야기그러다 사회문제까지 주제가 점점 확장되는 언니들의 대화에 빠지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일이 마무리 되고 있는 마법여성농민들이 모인 풍경은 대체로 이런 모습입니다

부여 여성농민회도 그렇습니다. 농민운동도 빡세게 하기로 소문난 언니들은 늘 쉴틈 없이 바삐 살아가지만, 좀처럼 지치는 법이 없습니다. 게다가 함께 생태농장을 운영하며 공동농사도 짓고 가공도 함께 하며 일을 더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토종농사의 가치를 함께 지키는 것도 활동의 일부이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얻은 수익으로 여성농민회 활동을 부담없이 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일년에 몇 번씩 있는 농민대회에도 버스를 대절해서 가야하고, 농민대회 현장에서 늘 공연을 빼놓지 않는 언니들이 소품이라도 하나 사려면 비용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그리하여 농사지어 농민운동 비용을 마련한다는 자급자족계의 신개념(!)을 실천하는 부여여농 언니들. 지난주, 언니들이 동네 작업장에 도란도란 모인 날도 바로 활동기금을 모으기 위한 날이었습니다. 이날 언니들은 생태농장에서 속이 꽉찬 배추와 단단한 무만 골라 김치를 담그기로 했습니다.



                               ‘친환경은 그저 평범한 수준’인 부여여농의 생태농장


토종 구억배추, 개성배추, 의성배추를 함께 버무려 만든 김치입니다.



요즘 ‘팜 투 테이블(농장에서 기른 채소를 식탁에서 바로 먹는다는 뜻)’이 유행이지만 이 김치야 말로 농장에서 가공까지, 생산자가 가장 투명하고 거리가 가까운 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언니들이 작업장 옆 공동채종포에서 같이 농사짓고 버무려서 바로 보내는 김치거든요. 한살림에서 구입한 디포리나 다시마, 새우젓을 제외하고는 부여여농 언니들이 직접 씨부터 뿌리고 길러 버무려낸 것이 바로 이 김치입니다. 


생태농장에서 양파를 수확하던 날의 언니들



"우리는 공동으로 운영하는 생태농장이 따로 있어. 거기서 기르는 작물이 거름도 덜 주고 약도 안 치는 건 물론이고, 대부분 토종이지. 배추는 토종 구억배추, 개성배추, 의성배추, 무는 진주 대평무, 토종 조선무를 썼어. 마늘도, 고춧가루도, 생강도, 대파, 참깨, 쪽파도 다 토종이야."

김치 재료에 이렇게 많은 토종이 들어가니, 여기선 양파랑 갓도 친환경으로 농사지은 농산물이지만 토종이 아니라 스펙이 가장 밀린다네요. 이렇게까지 토종작물이 많이 들어간 김치는 유일할 거라며 자부심을 보이는 언니들.

사실 언니들은 지금껏 소개해왔던 여성농민들과는 조금 다르게 시설에서 딸기나 브로콜리 같은 작물을 기르고 있습니다. 언니들이 농사짓는 부여가 시설위주의 농업을 하고 있기도 하고, 40~50대인 젊은 언니들로 구성돼있어 한참 자식들을 교육시킬 시기라 부지런히 일해 소득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다같이 모여 이야기 꽃도 피우고 장난도 치며 400평 노지에서 함께 짓는 생태농장 일이 언니들에게숨통이 트이는 존재로 느껴집니다. 그런만큼 생태농장에서는 거름도 적게 쓰고, 토종만 고집하고 있죠. 그렇게 지키고 있는 토종은 정말 많습니다. 올해 역시 자주감자, 추백감자, 노각오이, 사과참외, 가지, 옥수수, 물고구마, 아주까리, 부추, 흰당근을 비롯해 많은 토종 작물을 지켜왔어요.



부여여농 언니들의 김치 맛있게 담그는 비법










"올해 배추농사가 시작은 참 좋았어. 심자 마자 비가 왔지. 그런데 그 뒤에도 비가 너무 많이 오더니, 수확하기 한 달 전에는 너무 가물어서 배추가 잘 못 크더라고. 날이 지금도 별로 안 춥잖아. 이렇게 따뜻한데 우리는 약도 안 치니까 벌레랑 진딧물도 너무 많이 생겼어. 괜찮은 것만 골라내니 겨우 40포기 건졌지 뭐야."




"레시피가 있냐고? 이만큼 농사짓고 일(가사노동)해봐. 그런것 없이도 완성되는 맛이 있지. 이쯤이야 감으로 맞춰. 그런데 있잖아, 하고나면 늘 맛은 비슷하다니까. 간만 잘 맞추면 돼. 싱겁거나 짜면 나중에 꼭 사고가 나니까."


"육수는 충분히 푹 끓여야 해, 그래야 김치 맛이 깊어지지. 멸치보다 큼직한 디포리가 더 맛있어서 늘 이걸 쓰지. 다시마는 너무 오래 우리지 말고 빨리 건지고. 우리가 키울 수 없는 디포리, 다시마, 새우젓 이런 것들만 생협에서 사다 쓰고 나머지는 전부 우리가 농사지은 것들이지."




농민의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여성농민은 투쟁한다

농사 지으면서 힘든 점이 있을 때 함께 역경을 헤쳐나갈 방향을 제시하고 의논한다는 부여여농 언니들. 함께 정보를 나누고, 고민하고, 관련 기관에 요구하면 농민의 힘은 더 커집니다. 이렇게 지향하는 바를 실천하는데 뜻을 함께할 수 있는 또래의 동지들이 많아 어찌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날씨에 따라 할일이 바뀌는 생태농장 때문에 급하게 번개를 하는 일도 많지만 그때마다 달려와 서로의 일상을 묻고 돌보며 함께 일하는 언니들. 
농사 뿐 아니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 불합리한 일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여성농민들이 농사 짓기 더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책 제안도 열심히 합니다. 얼마 전에는 농민들의 동의 없이 WTO 내 농업분야에만 한정한 개발도상국 지위를 박탈한데 항의 했고, 요즘에는 최근의 핫이슈인 농민수당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습니다.

“‘농민수당’이 가구를 단위로 주기로 되어있으니 사실상 농가수당처럼 되어있는데, 부여는 우리가 농민회랑 간담회도 하고 군이랑 TFT꾸려서 “적게 받더라도 전체 농민이 다같이 받아야 한다”고 열심히 요구해서 2021년부터 농민수당으로 농가당 농민 수대로 지급하는 형태로 조례를 발의했어. 그런데 충남도는 다른 지역처럼 농민수당을 농가당 지급한다고 하더라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태야.”

전국여성농민회의 요구로 여성농민도 농업경영체 등록을 공동으로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농민수당도, 농지원부도, 농업 경영체도 사실상 한 가구당 세대주인 단 한 사람만 농민으로 인정하는 구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증명할 수도 권한도 없는 지위가 바로 여성농민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일하다 사고라도 나잖아? 그럼 서류 직업란에 주부라고 적혀.”
“얼마전에 농신보(농협신용보증)에서 자료를 보내라고 해서 농지원부를 보냈더니 세대주만 농민으로 인정한다더라. 그래서 내가 공동경영주인 걸 증거로 보냈더니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거야. 우리가 공동경영주를 등록하는 걸 따냈지만 법적으로 아무 효력이 없어. 그래서 그 싸움이 남아있는 거지.”

당연한 자신의 권리를 위해 끝없이 싸워야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농사와 음식 하나에도 공들이는 마음을 잊지 않는 부여여농 언니들. 이런 여성농민의 애정과 강단있는 에너지를 받은 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맛있게 익어갈 거예요. 바로 언니들의 모습처럼요.


김장을 끝낸 부여여농 여성농민들이 기쁨의 하트를 보내고 있어요. 소비자 회원님들 받으세요.


못다한 부여 언니들의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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